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 박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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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5회 작성일 24-04-11 15:10본문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박일만
1
봉분 속에서는 강이 흐르고
숲이 자라고 바다가 일렁입니다
오래도록 내력을 풍기며 지내 오는 동안에도
핏줄들은 크고 넓은 잎에
꿈을 실어 나르며 만개하는 집안 이루었습니다
당신의 생은 열매 맺는 찬란함이었습니다
푸르고 따뜻한 바람이 부는 일도
당신이 흙속에서 생산하는
맑고 큰 그늘로부터 시작됨을,
뜨거운 혈맥들의 선명한 족보임을 알겠습니다
2
기일에 찾아간 아버지 무덤, 언덕에서 함부로 자라난 뿌리들, 저마다 내력을 자랑삼아 길을 간다. 지하 심연 물줄기거나 지상 가득한 길이거나 조상들 기억 찾아 후손의 눈빛 반짝이며 툭툭 젖은 발 털며 뻗어 간다. 들판과 강을 지나 하늘의 계단참으로 당당히 간다
툭 불거져 산 옆구리를 뚫고 나온 아버지 손등 핏줄 같은 뿌리, 이정표가 되어 믿음직한 바위 얼싸안고, 빛이거나 어둠이거나 누대에 걸쳐 먼 길 달려가는 뿌리, 뿌리도 가끔은 하늘을 날고 싶다
―박일만 시집,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서정시학, 2015)
전북 장수 출생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詩) 수료
2005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뿌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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