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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도 걷는 사람 / 손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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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59회 작성일 24-04-23 10:49

본문

어도 걷는 사람

 

     손현숙

 


   당신의 왼손은 나의 오른손이다 우리는 손을 잡고 반대쪽으로 걷는다 가끔은 

당신을 잃어버리기도 하는데, 들판을 가로지르는 나무들 하얗게 손사래 친다 

생각난 듯, 이름을 부르면 모르는 얼굴이 뒤돌아다 본다


  당신은 어깨를 찢어서 부글거리는 흰피, 휘파람을 불면 꽃들은 만발한다 가을

개 짖는 소리는 달의 뒷면에서 들려오고 눈을 뜨지 못한 강아지는 꿈 밖으로 

나가서야 젖꼭지를 물 수 있는데


  담장 밖에 둘러쳐진 오죽의 둘레는 그림자가 없다 대나무 숲으로 돌아가야 

이름이 돌아오는데, 당신은 멀어도 걷는 사람 도무지 말을 모르겠는 여기

눈빛으로 기록된 말들 속에서 없는 당신은 다정하다

 

손현숙 시집, 멀어도 걷는 사람(리토피아, 2023)

 

 



 

서울 출생
신구대학 사진과와 한국 예술신학대학 문창과 졸업
1999년 《현대시학 》 등단
<국풍> 사진공모 수상,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상> 수상

시집 너를 훔친다』 『』 『일부의 사생활 멀어도 걷는 사람』 

사진 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꽃길만 걷자

연구서로 발화의 힘』 『마음 치유와 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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