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 최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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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1회 작성일 24-04-30 17:50본문
하산
최정례
그때 나는 숲에서 나와 길에 올랐다
검은 떡갈나무 숲 한 뼘 위에
초승달 눈 흘기고 있었다
숲에서 나오자 세상 끝이었다
우리 밑에 짓눌려 부스럭대던 잎사귀들
아이처럼 지껄이던 산 개울 물소리
아무 생각 없이 나눈 악수는
흘러 흘러 흘러서 바위틈으로 스며들고
숲에서 나오자 깜깜했다
허공중에 피었다 곤두박질치는 것
깨진 접시 조각처럼 잠시 멈춰 있던 것
보았느냐고, 묻고 싶은데
갑자기 숲은 아득해져서
지나간 잎사귀들만 매달고 흔들리고
―최정례 시집, 『레바논 감정』(문지, 2006)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1990년 《현대시학》 등단(2021년 별세)
시집 『햇빛속에 호랑이』 『붉은 밭』 『레바논 감정』
『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개천은 용의 홈타운』
백석 시 연구서 『백석 시어의 힘』등
산문집 『시여 살아 있다면 힘껏 실패하라』
제15회 미당문학상, 제8회 오장환문학상
제14회 백석문학상, 제52회 현대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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