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봄봄 / 엄재국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녹, 봄봄 / 엄재국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86회 작성일 16-03-04 10:53

본문

 

녹, 봄

 

엄재국

 

 서너 살 계집애가 맨땅에
 사타구니 사이로 녹물을 찔끔 흘리는 봄
 허공이 녹슬면 꽃이 피는가
 홍매화 가득한 뒤뜰 그쪽 허공이 녹슬었다.
 어머니를 땅에 묻고
 한 사람의 생애를 갈무리하는 무덤이
 너무 얕아 슬펐던 그 슬픔도 녹슬었다.


 일순간 무너지는 건물처럼 봄은 온다
 무너지는 것들,
 삭아가는 것들의 힘이 폭발하며 오는 봄을
 지탱할 수 있는 건 어디에도 없다
 잎 몇 장 달아 폐허를 확인하는 고목
 파편처럼 튀어오른 희미한 낮달의 미소
 죽은 나무가 거느리는 풍경을 새기며
 봄은 지금 진공상태를 건너고 있다
 지구의 중력이 미치지 않는 저쪽,
 허물어진 건물의 철근같은 잎 없는 나무들
 드러난 허공의 늑골들
 그 늑골에 꽃잎이 묻어 허공은 한 번 더 녹슬고
 부서진 봄 몇 조각 거두는 영산홍
 저 노회한 꽃잎은 땅 위에서 얼굴이 붉다
 

 봄을 부식시키는 빛깔이 지천으로 번지는 봄
 오줌 누는 계집애의 보이지 않는 경련처럼
 녹슨 꽃잎을 밀어내고 바르르 전율하는 봄.       

 

 

 

경북 문경 출생
200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 정비공장 장미꽃』 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481건 24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4 0 03-16
3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4 0 03-15
3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4 0 03-15
3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2 0 03-14
3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10 0 03-14
3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03 0 03-11
3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9 0 03-11
3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6 0 03-10
3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85 0 03-10
3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14 0 03-09
3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52 0 03-09
3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48 0 03-08
3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08 0 03-08
3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08 0 03-07
31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47 0 03-07
31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60 0 03-04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7 0 03-04
3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96 0 03-02
31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24 0 03-02
31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96 0 02-29
31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26 0 02-29
31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10 0 02-26
30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4 0 02-26
30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8 0 02-25
30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1 0 02-25
30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8 0 02-24
30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29 0 02-23
30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3 0 02-23
30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7 0 02-22
30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3 0 02-22
30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3 0 02-19
30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73 0 02-19
29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01 0 02-18
29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5 0 02-18
29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2 0 02-17
29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3 0 02-17
2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9 0 02-16
2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8 0 02-16
2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2 0 02-15
2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6 0 02-15
29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1 0 02-12
2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6 0 02-12
2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0 0 02-11
2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4 0 02-11
2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87 0 02-05
2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5 0 02-05
2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41 0 02-04
2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8 0 02-04
2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2 0 02-03
2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3 0 02-0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