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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봄봄 / 엄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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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89회 작성일 16-03-04 10:53

본문

 

녹, 봄

 

엄재국

 

 서너 살 계집애가 맨땅에
 사타구니 사이로 녹물을 찔끔 흘리는 봄
 허공이 녹슬면 꽃이 피는가
 홍매화 가득한 뒤뜰 그쪽 허공이 녹슬었다.
 어머니를 땅에 묻고
 한 사람의 생애를 갈무리하는 무덤이
 너무 얕아 슬펐던 그 슬픔도 녹슬었다.


 일순간 무너지는 건물처럼 봄은 온다
 무너지는 것들,
 삭아가는 것들의 힘이 폭발하며 오는 봄을
 지탱할 수 있는 건 어디에도 없다
 잎 몇 장 달아 폐허를 확인하는 고목
 파편처럼 튀어오른 희미한 낮달의 미소
 죽은 나무가 거느리는 풍경을 새기며
 봄은 지금 진공상태를 건너고 있다
 지구의 중력이 미치지 않는 저쪽,
 허물어진 건물의 철근같은 잎 없는 나무들
 드러난 허공의 늑골들
 그 늑골에 꽃잎이 묻어 허공은 한 번 더 녹슬고
 부서진 봄 몇 조각 거두는 영산홍
 저 노회한 꽃잎은 땅 위에서 얼굴이 붉다
 

 봄을 부식시키는 빛깔이 지천으로 번지는 봄
 오줌 누는 계집애의 보이지 않는 경련처럼
 녹슨 꽃잎을 밀어내고 바르르 전율하는 봄.       

 

 

 

경북 문경 출생
200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 정비공장 장미꽃』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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