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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국 / 서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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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31회 작성일 24-05-17 09:35

본문

여인천국

 

     서영택

 

 

  여기는 천국이다

  온갖 욕망이 모여 물결치는 천국이다

 

  화려한 무늬의 웃음이 날린다 여인들만 가득한 이곳, 자기 남편의 목덜미와 허벅지를 맛있게 뜯고 있다 수많은 내비게이션의 길들이 엉켜 있는 곳에서 그녀들은 갈비를 뜯는다 누구의 갈비일까 끊임없이 나오는 향연에 쾌락이 지글지글 잘 구워진다 손과 입도 본능에 붙들려 있다

 

  천국 밖을 생각한다

  저 여인들의 남편은 지금 직장에서 무엇을 할까?

 

  한잔의 커피로 풀리지 않은 고민을 마시거나 상관의 호통에 담임 선생님 앞 학생처럼 입을 꾹 다문 채 손을 모으고 있다 쌓여있는 서류뭉치 옆으로 뜨거운 전화벨이 계속 끓고 있고 영업 실적을 위해 반기지 않은 고객을 만나 수시로 가면을 바꾼다 흔들리는 바닥에 간신히 버티고 있다

 

  눅진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긴 그림자들

  천국 밖에서 만나는 허공의 표정이다

 

계간 시산맥2024년 여름호 권두시

 

 

 seoyt.jpg

 

경남 창원 출생
2011년 《시산맥》으로 등단
호서대학교 경영학 박사
시집 『현동 381번지』 
돌 속의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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