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후예 / 이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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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6회 작성일 24-05-30 13:50본문
북극의 후예 ―숨
이병일
물개 덫을 놓고, 확실치 않지만 확실하게 빙산 밑에 은닉해 있는 물개를 기다린다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추워야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나는 암암리 움직인다 백야처럼 암암리 움직이니까 용감해진다
북극곰은 반들반들 핏물을 뒤집어쓰고서 발각되었다 물개의 숨을 으깨 놓고 크게 울부짖는다
저 강한 북극곰에게 심장을 뜯길까 봐 뒷덜미에 살얼음이 낀다 방아쇠를 당기는 검지가 얼어붙는 것이다
흰빛처럼 뜬눈으로 죽은 곰은 죽은 아비의 얼굴 같다
나는 곰의 두개골로 피를 퍼 마시며 아직도 이 사냥이 북극의 후예가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어떻게든 어디가 됐든 멀리 가야 한다
사납게 밝은 북극곰 바지, 내가 모질다고 생각할까 씩씩하게 북극 앞으로만 걷는다
―계간 《문예바다》 2023년 겨울호 |
1981년 전북 진안 출생
2002년 병영문학상 가작 수상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시모임 '뒤란' 동인
2005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2007년 ≪문학수첩≫ 등단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
시집 『옆구리의 발견』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처음 가는 마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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