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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후예 / 이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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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0회 작성일 24-05-3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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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후예

―숨

 

      이병일

 

 

 

물개 덫을 놓고확실치 않지만

확실하게 빙산 밑에 은닉해 있는 물개를 기다린다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추워야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나는 암암리 움직인다 백야처럼 암암리

움직이니까 용감해진다

 

북극곰은 반들반들 핏물을 뒤집어쓰고서

발각되었다

물개의 숨을 으깨 놓고 크게 울부짖는다

 

저 강한 북극곰에게 심장을 뜯길까 봐

뒷덜미에 살얼음이 낀다

방아쇠를 당기는 검지가 얼어붙는 것이다

 

흰빛처럼 뜬눈으로 죽은 곰은

죽은 아비의 얼굴 같다

 

나는 곰의 두개골로 피를 퍼 마시며

아직도 이 사냥이 북극의 후예가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어떻게든 어디가 됐든 멀리 가야 한다

 

사납게 밝은 북극곰 바지내가 모질다고 생각할까

씩씩하게 북극 앞으로만 걷는다

  

―계간 문예바다》 2023년 겨울호




leebi.jpg

1981년 전북 진안 출생
2002년 병영문학상 가작 수상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시모임 '뒤란' 동인
2005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2007년 ≪문학수첩≫ 등단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
시집 『옆구리의 발견』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처음 가는 마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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