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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 / 김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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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8회 작성일 24-09-15 18:11

본문

전어

 

​   김신용

 


, 동전 짤랑이는 것 같기도 했겠다

한때, 짚불 속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구워지던 것

비늘째 소금 뿌려 연탄불 위에서도 익어가던 것

그 흔하디흔한 물고기의 이름이 하필이면 錢魚라니―​

손바닥만 한 게 바다 속에서 은빛 비늘 파닥이는 모습이

어쩌면 물속에서 일렁이는 동전을 닮아 보이기도 했겠다

통소금 뿌려 숯불 위에서 구워질 때,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그 구수한 냄새가 풍겨질 때. 우스갯소리로 스스로 위로하는

그런 수상한 맛도 나지만, 그래, 이름은 언제나 象形의 의미를 띠고 있어​​

살이 얇고 잔가시가 많아 시장에서도 푸대접 받았지만

뼈째로 썰어 고추장에 비벼 그릇째 먹기도 했지만

불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냄새는, 헛헛한 속을 달래주던

장바닥에 나앉아 먹는 국밥 한 그릇의, 그런 감칠맛이어서

손바닥만 한 것이, 그물 가득 은빛 비늘 파닥이는 모습이

그래, 빈 호주머니 속을 가득 채워주는 묵직한 동전 같기도 했겠다

흔히 떼돈을 번다라는 말이, 강원도 아오라지쯤 되는 곳에서

아름드리 뗏목 엮어 번 돈의 의미를, 어원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

바다 속에서, 가을 벌판의 억새처럼 흔들리는 저것들을

, 동전 반짝이는 모습처럼 비쳐 보이기도 했겠다

 

錢魚,

 

언제나 마른 나뭇잎 한 장 같던 마음속에

물고기 뼈처럼 돋아나던 것

 

김신용 시집, 잉어(문학의전당,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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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부산 출생

1988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버려진 사람들』 『개 같은 날들의 기록』 『몽유 속을 걷다

환상통』 『도장골 시편』 『바자울에 기대다』 『잉어』 

장편소설 달은 어디에 있나 1,2』 『기계 앵무새』 『새를 아세요?』 

2005년 제7회 천상병문학상, 2006년 제6회 노작문학상,

2013년 제6회 시인광장문학상고양행주문학상

제1회 한유성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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