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참 깨끗했다 / 장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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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참 깨끗했다
장옥관
죽은 매미를 주웠다
죽음이 참 깨끗했다 소리만 없을 뿐 그 모습 그대로 고스란했다 얼마나 머물다 간 걸까 내 귓바퀴 속
소리의 무덤을 만들고 사라진
찰나를 향한 여백뿐인 삶
그래서 그 가파른 울음소리, 짝퉁 비아그라 사서 박카스 아줌마 만나는 노인들처럼 갈급했던 걸까 돌아보니
벚나무 둥치에 소복하게 달라붙은 허물들
벗어놓은 몸이 고스란하다
그 아래 배터리 다 된 시계처럼
초침 멎은 검은 시간들
우듬지엔 아직도 푸른 불길 치솟는 울음소리
저 울음 그치면 울던 그 자세 그대로 툭 굴러떨어질 것이다 플러그 뽑은 티브이처럼 깨끗한 죽음
무밭에 서리 내리듯 녀석의 성(性)은 사그라질 게다
여운도 없이 여음도 없이 칼로 벤 자리
나도 따라 바라본다
녀석이 마지막 눈길 던졌던 그곳을
―장옥관 시집, 『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 (문학동네, 2013)

1955년 경북 선산 출생
계명대 국문학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졸업
1987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 『황금 연못』 『바퀴 소리를 듣는다』 『하늘 우물』
『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 『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등
동시집 『내 배꼽을 만져보았다』
김달진문학상, 일연문학상, 노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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