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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건너다 / 곽효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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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4회 작성일 24-09-15 18:15

본문

마당을 건너다

 

    곽효환

 

 

그 여름밤도 남자 어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여인들이 지키는 남쪽 지방 도시 변두리 개량 한옥

어둠을 밀고 온 저녁 바람이 선선히 들고 나면

외등 밝힌 널찍한 마당 한편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저녁상을 물린 할머니를 따라

평상에 자리 잡은 누이와 나 그리고

막둥아! 하면 한사코 고개를 가로젓던 코흘리개 동생은

옥수수와 감자 혹은 수박을 베어 물고

입가에 흐르는 단물을 연신 팔뚝으로 훔쳐냈다

안개 같은 어둠이 짙어질수록 할머니는

그날도 마작판에 갔는지 작은댁에 갔는지 모를

조부를 기다리며 파란 대문을 기웃거렸고

부엌과 평상을 오가는 어머니는 좀처럼 말이 없었다

어둠이 더 깊어지면 할머니는 두런두런

일 찾아 항구도시로 간 아버지 얘기를 했고

마당을 서성이던 어머니는 더 과묵해졌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달과 별과 호랑이, 고래와 바다를 두서없이 얘기하다

스러지듯 평상 위에 잠든 아이들을

할머니와 어머니는 하나씩 들쳐 없고

별빛 가득한 마당을 건너 그늘 깊은 방에 들었다

 

그런 밤이면 변소 옆 장독대 항아리 고인 물에

기다림에 지친 별똥별 하나 떨어져 웅숭깊게 자고 갔다

 

곽효환 시집, 너는(문지, 2018)

  *30회 김달진문학상 수상(2019) 시집

 


곽효환 시인.jpg

 

건국대학교와 同 언론홍보대학원 졸업

고려대학교 문학박사

1996년 <세계일보신춘문예 당선

, 2002년 계간 시평 등단

시집으로인디오 여인』 지도에 없는 집』 『슬픔의 뼈대

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11회 애지문학상14회 유심작품상, 김달진 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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