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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은 지루하다 / 손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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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46회 작성일 16-03-09 09:10

본문

 

성은 지루하다

 

손현숙


당신은 내가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고 불만이지만

포장을 뜯어버린 선물상자에 누가 눈독을 들일까

나머지를 채우고 싶은 욕망이 활기를 불러오는 거다


새벽에 눈 뜨자마자 커피를 즐기셨던 내 아버지도

커피 잔의 커피는 딱 칠 부를 고집했던 이유

여백에 대한 사색은 꽃씨에서 열매로 넘어가는 그 사이에 있다

 

그쯤에서 엄마는 얼떨결에 새끼 낳고 또 낳아

아버지 모자까지 슬쩍 버리는 척,

 

다 끝났다! 죽은 남편 사진 앞에서 완성을 외친 그날부터

웬일인지 하얗게 기화해버리는 햇살에 한바탕 버무려져 배경처럼

 

난분분 꽃잎의 하얀 머리, 하얀 얼굴, 하얀 눈썹, 하얀…,

사랑을 다 마친 육체 지루하다 졸다, 깨다, 빽빽하다

 

 

서울 출생
신구대학 사진과와 한국 예술신학대학 문창과 졸업
1999년 《현대시학 》등단
<국풍> 사진공모 수상,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상> 수상
시집『너를 훔친다 』『손』. 사진 산문집 『시인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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