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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말 / 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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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8회 작성일 24-12-13 18:10

본문

늙은

 

     김 윤

 

 

 

말은 이미 늙었고

 

진흙탕 속에 서서 비를 맞았다

젖은 속눈섶을 떨고 있었다

 

동네 끝에 말집이 있었다

우리는 마구간 앞에 서서 말을 쳐다보는 일이 많았다

 

종일 수레에 장작을 실어 날랐다

길에 멈추어 서면 채찍으로 맞았다

 

말은 서서 잔다

자는 말에게 남자애들이 돌을 던졌다

 

나는 눈을 가리고 울었다

 

그 옛날 늙은 암말이 내 속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말은 무릎이 아프구나

아직도 비를 맞고 있구나

 

나는 다 잊어버렸다

늙은 말은 지름길을 알아서

 

말이 나를 기억하고 있다

 

 계간 시와 함께》 2024년 겨울호


 


kimyoon-150.jpg


전북 전주 출생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지붕 위를 걷다』 『전혀 다른 아침』  기억은 시리고 더듬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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