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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서(別墅) /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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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59회 작성일 24-12-13 18:11

본문

별서(別墅

 

    안도현

  

 

배롱나무가 손을 연못에 담가 물을 퍼 올리네 

연못에는 발목을 끌어당긴다는 소(沼)가 있지마는 

나무는 매끈하게 몸을 씻고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네

천지에 초록을 펼쳐 놓은 다음 홍등을 내걸고

불이 꺼지면 다시 등을 분주히 달면서 부풀어지네 

저 백일 붉다는 꽃에게도 사나흘은 파란이 있었으리 

한 꽃이 수면에서 뛰어올라 가지 끝에 달라붙네 

그러자 또 한 꽃이 덩달아 따라 뛰어오르느라 

연못에는 발 딛는 꽃들이 찍어 놓은 발자국들이 왁자하네 

때로 번개가 찢어진 수면을 꿰매려고 달려들었지마는 

가련하고 무례하고 성의 없는 호통은 밀쳐 두었네 

평생 꽃을 달고 싶으면 꽃자루나 되라지 

나는 연못을 움켜쥔 저 배롱나무의 밑동처럼

봉당에 널브러져 비천하게 늙어 갈 궁리를 하네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웹진》 2024년 12월호


 

안도현.jpg
 

1961년 경북 예천에서 출생 
원광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81년 <대구매일 신춘문예> 당선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리운 여우 』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바닷가 우체국』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 등 다수

동시집 나무 잎사귀 뒤쪽마을
1996년 제1회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수상
제13회 소월시문학상, 2005년 이수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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