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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 /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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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8회 작성일 25-02-26 16:20

본문

 

    안도현

 

 

연못 위에 눈이 내렸다

연못은 죽은 사람인 척 흰 천을 머리끝까지

끌어 덮어쓰고 연못이 아닌 척 눈을 감고 있었다

 

겨우 살얼음을 깔고 있는 주제에

소양강댐도 아니고 손바닥만 한 연못 따위가

죽은 척하다니

 

나는 돌 하나를 주워 연못에 던지면서

교미하기 싫을 때 사지를 뻗고 죽은 척한다는

개구리 암컷처럼 연못도

엄살을 부리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연못은 맛있게 돌을 삼키고는

다시 죽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며칠 동안 또 눈이 내렸다

연못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눈이 내렸고

노랑어리연꽃의 발목이 물속에서 배리배리하게 얼어붙어도

눈이 내렸다

연못의 맥을 짚을 수 없고

연못을 구해줄 밧줄도 없고

연못을 흔들어 깨울 자신도 없는

내가 죽어도 연못에는 눈이 내릴 것이었다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니 정말 무척이나 편안해졌다

연못도 나처럼 편안하게 죽어 있다고 생각하고

어느 날 나는 연못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백지 위에 한 줄을 썼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말을 쓰고 나니

나는 더 편안해졌다

 

나는 가까스로 죽은 연못 위에 제대로

돌 하나를 던져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얼음장을 깨뜨릴 수도 없고

연못 바닥까지 내려갈 수도 없는

그 어떤 무게도 없는 돌 하나를

 

계간 시산맥2025년 봄호


 

안도현.jpg
 

1961년 경북 예천에서 출생 
원광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81년 <대구매일 신춘문예> 당선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리운 여우 』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바닷가 우체국』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등 다수

동시집 나무 잎사귀 뒤쪽마을
1996년 제1회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수상
제13회 소월시문학상, 2005년 이수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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