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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밀항, 밀애​ / 김왕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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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7회 작성일 25-02-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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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항, 밀애

 

      김왕노

 

  스타벅스에 들린다. 노트북을 놓고 책을 펴고 젊은이가 거리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우리에게 아직 찾아오지 않는 내일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커피가 식자 나는 들이킨다. 심장이 뛴다. 커피는 커피가 아니라 내일이 없는 오늘이다. 나는 밀수, 밀항, 밀애란 말을 손때 묻을 정도로 만지작거린다.

  스타벅스 앞길로 폐휴지를 산더미처럼 실은 리어카

 

  손잡이에 녹슨 철사 같은 몸을 동여맨 노인이 슬로비디오로 지나가고 있다. 저 폐휴지가 저 노인의 봄인데 나도 희망고물상을 차리고 비철이든지 철이든지 모든 것을 후하게 쳐주는 고물상주인이 되고 싶은 꿈, 그러나 그것은 허망한 꿈, 빨리 모텔을 찾아 여정을 잠깐 접고 지구를 등에 업고 거국적으로 자야겠다. 여전히 잠꼬대는 밀수, 밀항, 밀애일 테고

 

  여전히 내 꿈은 한 치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한 치 앞도 못 보고 젊은이가 기다렸던 것은 내일도 봄도 아니고 애인, 그들은 내가 보든지 말든지 키스를 하고 손은 아래로 가 만지작거린다. 저 나이 때면 살 냄새만 맡아도 아래가 불끈하는데 저러다가 참을 수 없으면 하는 괜한 걱정을 하다 밀수와 밀애를 위해 밀항선을 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과연 내가 밀항선을 타고 한 번쯤 South Korea를 버릴 수 있을까도 생각한다.

 

  케이크 8분의 1토막을 시킨다. 허기도 허기지만 이것은 밀항의 출발을 위한 자축이다. 잔고가 얼마 남지 않는 내 사정이지만 그래도 밀항선을 타는 데는 적당한 수단, 밀항선을 알선한 그가 봄날처럼 스타벅스에 들어서고 있다. 내 마음은 이미 수평선을 건너가는 밀항선을 탔다. 되돌아올 수 없는 곳까지 가버렸다. 그를 보며 주문을 외우듯 밀수, 밀항, 밀애를 중얼거린다. 여기는 갈매기 소리가 아련하게 들리는 항구의 스타벅스

 

김왕노 시집, 사랑해요, 밀키스(시인광장, 2023)



 

 

1957년 포항출생  
1988년 공주교대 졸업  
1992년 대구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슬픔도 진화한다』 『말달리자 아버지』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사진 속의 바다』 『그리운 파란만장』 『아직도 그리움을 하십니까』 『이별 그 후의 날들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 

2003년 한국해양문학대상, 제7회 박인환 문학상, 제3 회 지리산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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