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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하니 파란 집 / 이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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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47회 작성일 16-03-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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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하니 파란

 

이나명

 

 

새들이 잎사귀처럼 모여드는 집
새들이 모여 파드득 파드득 잎을 피우는 집
먼 데 있는 새도 몇 번의 날개짓이면 금새 날아드는 집
집 없는 새도 지나가다 얼핏 깃드는 집

 

그 집 앞에서 누군가 발을 멈추고 쭈빗쭈빗 귓문을 연다
그의 꼬불랑한 귓속 길이 물 오른 나뭇가지처럼 뻗어나온다
어떤 새소리 한가락 파릇하니 새잎을 틔운다
가슴 갈피에 오래 접어두고 꺼내보지 못했던 모난 말 둥근 말
째구르르 깃털을 편다
입술이 벙긋 열리고 실핏줄이 팔딱 뛰고

 

아랫가지에서 윗가지로 올라앉는 높은 음의 가지
윗가지에서 아랫가지로 내려앉는 낮은 음의 가지
이 가지 저 가지 마음대로 옮겨앉는 마음의 가지
아아아 파릇하니 파릇한

 

너에게로 오래 뻗어서 그늘 드리운 집
그리움이라는 새들이 한참 지저귀다 뚝! 그치기도 하는 집
파릇하니 파란 나무집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금빛새벽』『중심이 푸르다』『그 나무는 새들을 품고 있다』
『왜가리는 왜 몸이 가벼운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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