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1 / 최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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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98회 작성일 16-03-11 10:30본문
꽃들1
최동문
장미는 로사. 시계가 멎었다. 로사! 얼굴만 있구나. 로사? 어린 너만 있구나. 로사, 새벽 앞이다. 닭은 울지 않고 강물만 눈물만 쌓이는구나. 그래서 웃는다. 로사.
민들레꽃은 누구나 어른. 하얀 꽃, 노랑. 뒤엉켜 피더니 오늘 하나 없이 씨앗으로 날았다. 둥근 날개 하나씩 달고 맨 몸이 하늘은 나는 성체.
패랭이! 너는 고요히 번지는 법이다. 번지고 나면 마른자리로 앉는 법을 배운다. 피어있어도 숨 드러나지 않는 그늘. 그늘의 키로 스민다.
할미꽃 뿌리 뽑아 변소에 넣었다. 땅 파서 묻은 항아리 변기 속에 구더기들이 할미꽃 뿌리를 넣은 다음날 하얗게 죽어 있었다. 할미꽃은 꽃보다 뿌리가 무서웠다. 뿌리는 독이었다.
모란? 엄마가 생각나면, 모란이 엄마를 부르던 그 오월이 생각나면, 따가운 눈물이 갈라진 주름살로 흐른 엄마가 생각나면, 댓바람에 맞아서 그렇게 눈물이 나는 엄마를 보면. 이제 아픈 것을 새벽 문 앞에 갖다놓았다. 까치가 아침에 물고 갔다.
1996년《현대시 》등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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