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방 / 최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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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수
미자 씨가 배회 중이래요
쯧쯧,
운동화에 편한 차림이라는데
산책이라 믿고 싶은데
근처에라도 갈 수 있는 거잖아요
구시렁거리는 공원이 한두 곳일까요
밤늦도록 귀가하지 않는 열여섯을 달래 집으로 보내라 배웠어요
후미진 곳에서 홀로 헤매고 있던 오랜 기억도 어르고 달래 데려온걸요 목격되지 않는 시간도 있을 거라서 배회 중이라는 말을 서성거려요
아들 보러 간다던 그의 노모를 찾은 곳은 지방 어느 지구대였다네요 전화번호 몰라 집 주소도 몰라
다행히 가방 속 노모의 시집 출판사에 눈이 반짝,
얼마나 소중한 단서인가요
그날의 기분이 슬쩍 흘리고 간 술래 뒤의 손수건이잖아요
술래는 모르고 둥글게 앉은 이들만 알아차린
흘려버린 나는 어디를 헤매고 있을까요
아무도 목격하지 못한 수많은 나
기별 한 줄 오지 않아요
어디를 배회하고 있는 걸까요 어디쯤에서 실종이 된 걸까요
웅크림은 외로움이 크기 때문이래요
슬픔 뒤에 살그머니 놓인 그림자가 작아져요
ㅡ월간 《모던포엠》2025년 2월호
2015년 <영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5년 《시산맥》 등단
제7회 철도문학상 수상
시집 『누에, 섶을 뜨겁게 껴안다』 『안녕은 혼자일 때 녹는다』 등
평론집 『이 시인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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