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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의 경첩 / 조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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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5회 작성일 25-04-18 17:47

본문

분홍의 경첩

 

      조용미

 

 

 

연두의 돌쩌귀와 분홍의 경첩을 단 네 짝 여닫이문을 열고 그가 안쪽으로 들어왔다

 

한 사람만 허락할 수 있는 능수벚나무의 작은 방이라면,

 

띠살문의 불발기창으로 어른어른 사람들 지나는 기척이 났다

 

분홍의 주렴 안에 우리는 서 있고 연둣빛 리본은 봄비처럼 두 사람 위로 내려왔다

 

새잎과 꽃잎 섞인 긴 가지가 눈동자를 잠시 흔들었던 순간을 두고

당신과 나는 능수벚나무의 바깥으로 나왔다

 

분홍의 자객이 이듬해에도 찾아올 거라 당신이 믿고 있어 이 봄은 더욱 짧아졌다



―조용미 시집, 초록의 어두운 부분』(문지, 2024)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

김달진 문학상 수상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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