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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가 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 전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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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8회 작성일 25-04-21 17:51

본문

는 그가 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전동균

 

 

고개를 조금 숙여, 홀린 듯

제 어깨살을 핥고 있는

붉은 혀

울 듯 말 듯 솟아오르는 젖가슴

쓰다듬는 손과

숨어서 열리는 샅

그곳으로 내려가는 또 다른 손

이것은

지상의 몸을 얻은 자의 슬픔이나 황홀이 아니야

그는 다만

그를 빚은 고독을 더듬고 있을 뿐

그를 숨 쉬게 하는 우연의 내부를 탐험하고 있을 뿐

어찌 이리 고요하고

어찌 이리 환할까

꽃과 짐승과 얼음과 불이 뒤섞여 소용돌이치고 있는데

ㅡ계간 로 여는 세상(2025, 봄호)

 

 

1962년 경주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6년 《소설문학》 등단
시집 『오래 비어 있는 길』 『거룩한 허기』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우리처럼 낯선』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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