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폭탄 / 김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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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폭탄
김상혁
비참하고 안타까운 죽음으로 인해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경우
그렇지만 국가적 재난은 아니었고
결과로 따지면 사망자 1 또는 2로 기록되는
경우의 비극들 가운데 보는 사람에 따라
혹은 보는 이의 그날 감정에 따라
사고의
원인의
절반은 어느 개인을 덮친 불운에 가깝고
나머지 반은 시스템 내재적 모순이 지목되는 경우
그렇지만 망자의 사연이 보도되고 어디 게시될수록
가령 망자의 낡고 깨끗한 점퍼와
망자의 남은 반려와 어린것들의 음성이
부모의 오열이
또한 망자가 이루지 못한 인생의
성실하고 아름다운 목표들이 공개될수록
이 비극의 배후가 시스템임을 좀 납득하게 되는
경우들 가운데 사건의 경위가 단순 낱낱하며
현장 상황이 유독 처참하고 선명한 탓에
어느 술자리 불콰해진 누군가 뉴스를 듣다가
으~~!
본 적 없는 장면을 가서 보기라도 한 듯 얼굴 찌푸리는
그 허다한 비극들 중에 나도 알고
술집 입구를 가로막은 채 나와 같이 담배 태우는
너도 알고 있어서 자연스레 이야깃거리 되었는데
취해서 내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친구가
야 너 이번에 죽은 애랑 존나 닮았네
해서 서로 웃고 음식 더 먹고 잘 헤어져 집에
돌아와 혼자 누워 있다 잠시 엉 울었고
잠들기 전에 생각해보니 내가 닮아서도 아닌
그렇다고 이름 얼굴만 아는 망자를 위해서도 아닌 눈물들
가운데 여태 머릿속 굴러다니는
폭탄 같은 하나
―웹진 《시산맥》 2024년 겨울호
1979년 서울에서 출생
2009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으로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되지 않는 시간』
산문집 『한 줄도 좋다, 만화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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