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속에 집을 짓다 / 김점용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술잔 속에 집을 짓다 / 김점용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06회 작성일 16-03-14 08:54

본문

술잔 속에 을 짓다 

  -목수일기·3

 

  김점용

 

술을 마신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소주를 마신다

토도독 토독, 부드러운 물화살 쏟아지는 소리

그 중의 몇은 기어이 철판 지붕을 뚫고

투명한 술잔 속으로 날아와 꽂힌다

컨테이너 가득 빗소리 차오른다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집이 둥실, 들린다

목수들은 모두 고향으로 가고

홀로 술잔을 쥐고 가만히 앉았는데

컨테이너 숙소마저 날 버리고

못에 걸린 낡은 작업복과 빨랫줄을 싣고

야식배달 전화번호를 싣고 멀리 인도양으로

대서양으로 제 옛길 찾아 아득히 흘러간다

 

사방천지 빗소리 가득한 밤

산중턱에 남아 빈 술잔을 바라보며

한 마음 부릴 곳이 고작 이 뿐인가 한숨짓다 엉거주춤

빗소리를 깎고 다듬어 집을 짓는다

굵은 빗소리로 기둥을 세우고 그 중 실한 놈은 들보로

낭창낭창 휘어진 것은 서까래를 놓고 앙곡을 맞춘다

투두둑 빗소리 묶음 묶음 단칼에 잘라 지붕을 얹으면

천둥 번개도 끄떡없다 벼락 내리치면

취기 흥건한 구들방에 군불을 지피리라

옛사람은 계곡 물소리를 듣고 집터를 골랐다는데

빈 술잔 속에 집터를 잡고

빗소리를 깎아 집을 세운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외로운 집

찬란히 들어선다



 

 

1965년 경남 통영 출생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와 대학원 졸업
1997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오늘밤 잠들 곳이 마땅찮다』『메롱메롱 은주』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75건 57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7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0 0 04-18
37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1 0 04-18
37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7 0 04-15
37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0 0 04-15
37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4 0 04-14
37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4 0 04-14
36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6 0 04-12
36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9 0 04-12
36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7 1 04-11
36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4 0 04-11
3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5 0 04-08
3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18 0 04-08
3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0 0 04-07
3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2 0 04-07
36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1 0 04-06
36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1 0 04-06
35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7 0 04-05
35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75 0 04-05
35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3 0 04-04
35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4 0 04-04
35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6 0 04-01
35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29 0 04-01
35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98 0 03-31
35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9 0 03-31
35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8 0 03-30
35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4 0 03-30
34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3 0 03-29
34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0 0 03-29
34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4 0 03-28
3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1 0 03-28
3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9 0 03-25
3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22 0 03-25
3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1 0 03-24
3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0 0 03-24
3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25 0 03-23
3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0 0 03-23
3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0 0 03-22
3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23 0 03-22
3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2 0 03-21
3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5 0 03-21
3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7 0 03-18
3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02 0 03-18
3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83 0 03-17
3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5 0 03-17
3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19 0 03-16
3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37 0 03-16
3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2 0 03-15
3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1 0 03-15
3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0 0 03-14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7 0 03-1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