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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쓰다 / 강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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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73회 작성일 16-03-15 08:50

본문

 

을 쓰다

 

 강미정

 
겨울에서 봄 쪽으로 비 내린다 고요한 물살 흐른다 소리 없이 서로 몸 섞는다 은밀하게 받아들인다 구석구석 어루만져 주고 핥아준다 구름 속 초승달 가는 눈썹을 딛고 사각사각 댓잎 초록을 걷는다 귀닳은 산사 돌계단을 내려와 저녁이 다 되어서야 범종 곁에 다달았다 드디어 종이 운다 주름 많은 종소리 은은하게 흐른다 흘러간다 땅으로 스민다 저녁을 싸안은 물의 결과 주름 깊은 둥근 종소리의 결이 몸 섞는다 한 몸으로 흐른다 흘러간다 망울진 홍매화 속으로 빨려든다 가장 먼 곳의 종소리와 가장 먼 곳의 빗소리가 은은하게 꽃잎에 스민다 붉은 색으로 쟁여진다 얇은 어스름이 짙어진다 종소리도 빗소리도 붉은 꽃잎을 찍어내고 어스름 속에서 아득하다

 

 

 

kangmijung-150.jpg

경남 김해 출생
1994년 《시문학 》 등단
시집으로 『타오르는 생』 『물 속 마을 』
『그 사이에 대해서 생각할 때』『 상처가 스민다는 것』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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