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에 대한 생각 / 정호승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무게에 대한 생각
정호승
죽은 사람은 무겁다
손을 잡아도 무겁고 껴안아도 무겁고
일으켜 세우려 해도 무겁다
죽음의 무게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살아 있을 때보다
도대체 얼마나 더 무거워졌는지
그 무게를 알 수 없다
살아서 걸어가는 사람은 가볍다
아무도 자신의 무게를 의식하고
걸어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서로 사랑하는 사람은 무거워도 가볍다
손을 잡아도 가볍고 팔짱을 껴도 가볍고
여관방에서 서로 하나가 되어도 가볍고
모든 연인들은 가볍다
그래도 죽은 사람도
화장火葬을 하고 나면 가볍다
흙먼지처럼 바람에 멀리 날아간다
산이든 바다든 어디든 날아간다
화장은 죽음의 무게를 줄이는 일에 철저해
죽어서 화장한 사람만큼
가벼운 사람은 없다
ㅡ계간 《시인시대》(2025, 여름호)

1950년 대구 출생
경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슬픔이 택배로 왔다』 외 다수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 『내가 사랑하는 사람』
산문집 『위안』 『너를 위하여 나는 무엇이 될까』
어른을 위한 동시집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동화집 『바다로 날아간 까치』 『슬픈 에밀레종』
『산소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 『물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
어른을 위한 동화집 『항아리』 『연인』 『기차 이야기』 『비목어』 외 다수
제19회 공초문학상, 제23회 상화시인상
제9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제11회 편운문학상
제12회 정지용문학상, 제3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