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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 / 신동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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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7회 작성일 25-06-26 17:00

본문

화개

  

   신동옥 

 

 

  몇 개의 악절이 반복되며 풍성해지듯

  마른 꽃잎 열을 지어 굴러간다

  낙화계절의 타박상

  다시금 물들어 휘어지는 꽃가지

  아래서 계절의 연금술을 배웠다

 

  화개(花開)그 가느다란 떨림으로

  연명하는 법을 이파리 한 장으로

  한 세상을 지을 수 있다는 계시의 꽃말을

  격렬하게 조금 더 격렬하게

  이번이 마지막이라 거듭 다짐도 해가며

  여길 지켜왔다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호시절을 보여주마

  다짐은 언제 적 일이었던가

  꽃 피어 만발하던 나날을

  얼룩덜룩 낭창낭창 흐드러지던 나날을

  엮어 시린 무릎을 덮고

  등허리를 파랗게 물들이던

  능소화 축제

 

  여기서 오래전

  우리가 떠나보낸 그림 속에 숨겨둔

  우리의 약속 한때는 시들어 뭉개지고

  한때는 흙이 되어 스미다가

  무너지고 또 무너져 눈보라 치던 밤을

  지나 다시 봄이 다 되어간다

  손끝이 풍향계가 되어 가리키는

 

  벽을 가르고 올라온 뿌리를 달래는 편지

  가장 높은 하늘에 닿을 수 있기를

  조금 더 격렬하게 떨어지기를

  조금 더 낭자하게 드러눕기를

  마른 땅을 가르고 그루터기 실뿌리까지 간질이기를

  꽃 피어 오색찬란하게 두들겨 맞은

  저 하늘 아래

 

  보이는 꽃과 똑같은 꽃은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가 만든 계절에 갇혀 산다

  아프지 않은 곳에서

  아프지 않을 곳으로

  꽃 지면 길을 잃는 사람들아

  우리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비루한

  비루한 슬픔의 봄을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 2025년 3월호


 

1977년 전남 고흥 출생
2001년 《시와반시 》등단
시집 『악공, 아나키스트 기타』 『웃고 춤추고 여름하라』 『고래가 되는 꿈』
산문집 『서정적 게으름』

시론집 기억해 봐마지막으로 시인이었던 것이 언제였는지』 등  

제16회 노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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