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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알려지지 않은 저녁 / 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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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02회 작성일 16-03-18 12:09

본문


저녁의, 알려지지 않은 저녁

 

   박성현

 


여자는 시장에서 사온 훈제 연어를 접시에 담고, 남자는 질문을 하며, 소년은 그림책을 넘긴다.

 

유화처럼 손끝으로 눌러 그린 연어의 주황이 낡은 접시에 붙어 있다.

 

저녁마다 항상 연어를 먹어야 하는 까닭을 묻자, 여자는 식탁에 놓인 짧은 햇빛을 서둘러 쫓아낸다.

 

소년은 그림책을 덮고 그림이 역겹다고 또박또박 말한다. 똑같은 고기들이 똑같은 표정을 하고

 

식탁에 앉아 있는 이야기의 중간이다. 그때 그림책에서 여자가 나오면서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다.

 

왼손에 매달린 머리통에서 입술이 튀어나와 길게 찢어진다. 모처럼 웃는 것이다.






 

 1970년 서울 출생

2009년 중앙일보 등단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

시집유쾌한 회전목마의 서랍』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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