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 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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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30회 작성일 16-03-22 10:11본문
사춘기
강성은
어머니의 접시들을 꺼내자
접시 속에서
장미꽃이 뛰쳐나오고
고양이가 뛰쳐나오고
죽은 어머니가 뛰쳐나왔어요
장미꽃과 고양이와 어머니는
온 집 안을 뛰어다니며
나를 찌르고, 물고, 목 졸랐어요
날마다 나는 포크를 들고 그들을 쫓느라
그해 겨울의 태양이 실종되었다는 기사조차 읽지 못했죠
그러는 사이 나는 거인처럼 자랐고
어느 날 집은 모래처럼 주저 앉았어요
장미꽃과 고양이가 어머니를 붙잡아
접시에 담아 비벼먹고 포크와 접시까지 씹어먹자
일 년치 밀린 잠이 한꺼번에 몰려왔어요
악몽일까요, 태양은 일 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고
모래바람은 심장 속까지 불어오고
내 키는 자꾸만 자라 하늘까지 닿았어요
태양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고
그렇게 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자꾸만 지나가요
1973년 경북 의성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5년 《문학동네》로 등단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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