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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셋 /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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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41회 작성일 16-03-23 09:42

본문

 

코르셋

 

 김나영

 

  내 이목구비는 아버지를

  빼닮았다 오래된 비유에 적합하도록

  돌아가신 아버지가 내 얼굴에 확장된다

  아버지와 내가 젖은 다시마처럼 겹친다

  아버지의 피륙이 나의 피륙과 신표(信標)처럼

  똑! 맞아떨어지려고 궁리한다

  노심초사 아버지는 나를 감염시키려고 한다

  비유는 나를 동반하고 이미지에 가까워졌다

  아버지가 나를 입고 늘어지게 순환한다

  끈적끈적 점철되는 나

  아버지는 나를 연기하고 연기하려고 태어났을까

  숨이 막혀요 아버지 이제 그만 나를 떠나세요

  이제 그만 나를 호명하세요

  아버지가 나를 부를 때마다 내 이름이 비좁아요

  짙은 화장을 해도 감춰지지 않는 아버지 얼굴

  아버지의 일부가 헐어서 된 내게

  복수의 피가 뜨겁게 흐르고

  태어날 때부터 헌것이던 나

  죽어도 나는 새것이 되긴 틀린 틀

  죽어도 단수가 되기 힘든 나

  문득 문득 내가 없다,는 사실만 빈 빵틀처럼 사실적이다

  호명 밖을 겉도는 나의 실체

  내게 밀착하고 좀처럼 변형되지 않는

  아버지의 오래된 눈웃음

  들실과 날실처럼 뒤엉켜서 나도 주름처럼 웃는다

 

 

1961년 경북 영천출생. 1998년《예술세계》로 등단.
2005년,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음.
시집 『왼손의 쓸모』,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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