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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북쪽 / 우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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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05회 작성일 16-03-29 10:27

본문

 

의 북쪽

 

  우대식

 

개구리도 겨울잠에 들고

싸락눈이 내리는 밤

마쓰오 바쇼,

이런 날은 늘 바람이 창호문을 두드렸지

화로에 술을 데우도록 하지

낡은 신발은 방 안 머리맡에 놓아두도록 하지

왜 마음이란

천리만리 달아나는 것인지

조금은 뜨거운 술을 천천히 내장에 붓고

매화나 동백 같은 꽃을 기다리기로 하지

아니면

꽃의 북쪽으로 달아날까

신음처럼 그대가 내게 물을 때

나는 절망의 심줄을 활시위처럼 당겨

심장 가장 먼 뒤쪽으로 모든 생각을 모으곤 하지

마쓰오 바쇼,

조금 추워도 되겠지

유여(裕餘)한 봄빛이 마루 구석 쌀통에 넘칠 즈음이면

안개와 연기는 강줄기를 따라 무진 무진 흐르겠지

그대와 나도

이쯤에서 안녕이지

연기를 좋아하는 나와 안개를 좋아하는 당신

바람이 놀 때까지만 지상에 기대기로 하지

이쯤에서 안녕이지

 

 

1965년 강원도 원주 출생
1999년 《 현대시학》등단
시집 『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 단검』『설산 국경』
산문집『죽은 시인들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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