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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칼 / 하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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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39회 작성일 16-04-05 09:52

본문

 

 

하상만

 

늦은 밤
아무도 보지 않는 밤
나는 껌칼로
길에 말라붙은 고양이를
떼어냈다
어둠 속에서 빛나던 눈
감기기 위해
눈부터 긁었다
구름처럼 둥실
떠다니라고
네 다리를 긁었다
더 이상 배고프지 말라고
홀쭉한
몸통을 긁었다
사나운 놈 만나면
추켜올리던 꼬리
용서해달라고
긁었다
살살 불면서 긁었다
훌훌 불면서 긁었다
모두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그러나
오래 누워 있던 자리가
꺼멓다
몸은 어떻게 했지만
그림자는 어쩌지 못했다
칼날을 세워 긁어도 잘
지워지지 않았다


 

hasangman-1_w_wonho.jpg

 

1974년 경남 마산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200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인디언식으로 사랑하기』『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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