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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을 신다 / 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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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73회 작성일 16-04-14 08:57

본문

 

을 신다

 

   정선희

 

 

굽이 없는 구두였다

반으로 접으면 스르륵 접히는 구두였다

그 구두를 심으면

소리 없이 걷게 된다

발 없이 빠르게 걷게 된다

햇빛을 보면 반짝이는 구두

얼핏 눈빛을 본 것 같다

주변 색과 잘 맞추는 구두

저절로 풀숲을 향하게 된다

축축한 곳을 찾게 된다

혀를 날름거리게 된다

뱀에게 사로잡힌 발

발을 곽 물고 있는 뱀

좀처럼 벗겨지지 않는 발

발에 힘을 줄 수가 없다

뱀이 가는 대로 따라가는 발

서서히 독이 번지는 발

이제 내 것이 아닌 발

그 어떤 통증도 없이

마비가 진행되는 발,

나는 잠시 망설인다

뱀에게 발목을 던져주고

다리를 건질까?

벗어도 여전히 남아있는 감촉,

뱀도 신발도 없는데

이 선뜩한 기운,

 

 

 

1969년 경남 진주 출생

경남대 국어교육과 졸업

2012년 《문학과 의식》등단

201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시 당선

시집『푸른빛이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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