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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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59회 작성일 16-04-15 09:17본문
총알
최금진
이것은 숨결의 끝부분
당신은 성에가 화산의 불구덩이에 끼는 순간을 경험한다
사랑이 아니었다면 무엇이 우리를 통증 속에 나뒹굴게 할까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논리가 가능하다면
아주 천천히 죽어가는 시간을 즐기는 것만이
뒤집힌 채 버둥대는 벌레들의 권리겠지
지나간 것은 과거만이 아니다, 오지 않은 미래도 과녁 속에 갇힌 채
산산이 부서질 육체의 파편을 꿈꾼다
그리고 통증은
타앙, 타앙, 떨어져나간 얼굴 위의 총성처럼 한참 후에나 당도할 것이다
내가 너를 본다, 네가 나를 본다, 아주 짧은 찰나
아프지 않은 한 순간이 영원처럼 느리게 지나가는 것을 붙잡기 위해
우리는 더 빨리 서로의 몸에 날아가 박힐 것이다
이것은 속도의 성기
있었다는 것의 흔적, 구멍, 죽음, 만개한 내장과 피범벅
네가 지금, 나를 뚫고 지나가고 있다
충북 제천 출생
1994년 춘천교육대학교 졸업
199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8년 제4회 <지용신인문학상> 수상
2001년 《창작과비평》신인상
시집『새들의 역사』 『황금을 찾아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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