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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록 보증 / 박형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360회 작성일 15-07-21 13:00

본문

초록 보증

박형권

 

은행 가는 길에 어디서 연초록 냄새가 났다

잠시 멈추어 주위를 살펴보니

은행나무들이 연초록 입술로 허공을 빨아주고 있었다

허공이 팽팽했다

벌써 잎들이 저토록 야들야들 했나

스무 살 같았다

사랑스러운 연초록 냄새들

나는 풋내 나는 사랑에 홀딱 빠졌다

가끔 꽃보다 잎이 아름다운 경우도 있다

가끔이라는 색깔이 나중에는 전부가 된다

대출계 직원에게 무슨 말부터 꺼낼까

오다가 연초록 냄새를 맡았는데

보증인 꼭 세워야 하나 할까

나 같으면, 연초록 좋습니다 그걸로 됐습니다 할 텐데

 


  phg.jpg

 

1961년 부산 출생
경남대학교 사학과 졸업
2006년 《현대시학》등단
시집 『우두커니』 장편동화 『돼지 오월이』『웃음공장』『도축사 수첩』 등

제17회 수주문학상, 제2회 애지문학회 작품상 수상

 

추천2

댓글목록

맛이깊으면멋님의 댓글

profile_image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이 그랬으면 좋을 텐데, 어디 그런가





시가 그리는 세상은 이 세상에는 없기에 시가 필요한 이유라는 걸 알게 된다.

다 같은 은행인데, 하나는 사랑스러운 연초록 냄새를 풍겨 내는데,

다른 하나는 보증인을 세우란다.

세상에 연초록 사랑 내음을 퍼뜨리는 하나의 은행처럼 그런 연초록 보증인을 세우면 안 되는 걸까?



201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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