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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 / 홍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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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68회 작성일 16-04-20 09:11

본문

 

장갑

 

홍정순

 

사람이 보인다, 장갑을 보면

그 사람의 손도 보인다

다섯 개의 구멍은 저마다의 굵기와 깊이를 가졌다

현장의 시작과 끝은 그들의 모습으로 알 수 있다

장갑을 뒷주머니에 꽂으면

그게 작업장의 패션이 된다

찾는 장갑을 보면

기초를 하는지 미장을 하는지 도배를 하는지

다 보인다

행사에서 잠깐 둔갑하는 기사님 장갑,

진짜 이름은 예식 장갑이다

반코팅 장갑은 일용의 기본 장갑

인부들이 갖출 기초 장비

낱개로 사면 일이 없는 사람이요

한 타 사면 큰일 하는 사람이다

KT 직원이 목장갑을 사는 이유는 전봇대 때문,

목수 장씨가 용접 장갑을 사는 이유는 패널 때문,

무수촌 이장 이씨가 반도체 장갑을 사는 이유는 접과 때문,

 

장갑엔 저마다의 이유가 들어 있다

장갑엔 저마다의 일이 들어 있다

저마다의 목소리는 사는 이유가 된다

 


20090301183514689.jpg

 

충북 단양 출생
2009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 『단단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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