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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 / 조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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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94회 작성일 16-04-22 09:30

본문

 

캐리어

 

조동범

 

 

캐리어를 펼치면 이윽고 시차는 흘러나온다. 여분의 바지와 셔츠 몇 벌. 먼곳을 걸었던 발자국도 터덜터덜 헐렁하게 걸어나오고, 이국의 향초는 시차를 태우며 과거나 미래, 혹은 호명할 수 없는 것들을 홀연히 회고한다. 당신은 그림엽서를 정리하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은 믿을 수 없다고 중얼거린다.

 

캐리어를 펼치다 말고 당신은, 바다가 물러선 서해의 해안선과 파국에 이른 일몰의 새떼를 떠올리기로 한다. 갯벌을 드러낸 바다처럼, 마주할 수 없는 시차는 사라지는가. 서해안은 믿을 수 없다고, 당신은 창백한 일몰로부터 고개를 돌린다.

 

캐리어의 깨진 모서리마다 여행지에서의 추억은 흘러나온다. 상하이발 비행기를 타고 당신은 멀지 않은 미래에 당도한 것이다. 모든 것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당신은 믿는다. 지나간 사랑도 잊기로 당신은, 결심한다. 정주할 수 없는 시간으로부터 시차는 흘러나오는가.

 

캐리어에 남은 모래의 알갱이로부터 지난밤의 폭풍은 회고되는가. 당신은 세탁기에 넣은 바지와 셔츠 몇 벌. 그것의 주머니로부터 쏟아지는 슬픔. 서해안에 두고온 패총 따위를 상상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거대한 조개무덤은 발견되는가. 당신은 문득 외로워지기로 결심한다.

 

캐리어를 닫으면 어느덧 시차는 사라지고 마는가. 다리 밑에 던진 약혼반지처럼 모든 것은 종료되는가. 당신은 캐리어를 닫지 못하고 한참을 흐느끼지만, 구름은 어느 곳으로도 흘러가지 못한다. 상하이행 비행기가 폭파되는 악몽만이 지루하게 반복되며, 당신의 시차는 영원토록 그곳에서 사라지고, 잊히고, 통곡을 거듭할 뿐이다.

 

 

1970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 취득
  2002년 《문학동네》신인상 당선.
  시집『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카니발』,
  산문집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평론집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비평집 『 4 년 11 개월 이틀 동안의 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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