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탯집 / 박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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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71회 작성일 16-04-26 10:37

본문

탯집

 

   박이정

 


콧봉오리에서 입술 쪽으로 난 아버지의 검은 주름을 따라간다 

 

주름진 막장을 따라 들어가면

거기,

이억 오천만 년 된 동굴에서

도시락 뚜껑을 여는 젊은 아버지

새하얀 이빨

석탄가루 곱게 뒤집어 쓴 흰쌀밥

 

한 톨의 쌀눈에서

진폐증 앓는 아이가 걸어나와

무덤가에 떨어진 별똥별을 주워 책가방에 넣고

동점초등학교 교실 문을 드륵- 연다

구문소 물보라 타고 나팔고개 넘어 간다

 

태백에 눈 내린다

하얀 하늘

하얀 산

하얀 기차

하얀 땅

하얀 냇물

 

하얀색을 끝내 이기지 못한 철암역이 부르르 떤다

 

싸릿재를 넘지 못하고 하얗게 갇혀있다

 

벽에 걸린 흑백의 동굴 속으로 빛바랜 석탄차가 들어간다

 

 

 

2006년 계간 다층등단 

시집 나비를 이루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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