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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집 / 유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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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51회 작성일 16-04-28 12:08

본문

 

방석집

 

  유종인

 

 

아득하지만 그때 방석집은

젓가락 장단과 가짜 과부와 싸구려 한복과 슬쩍 드러낸 허리 살과

하룻밤 신파가 노닐었네

하룻밤 둥지 같던 붉은 자수刺繡 방석들

그 깨방정의 징검돌을 밟고

내 신파新派는 저 우주 변두리로 더 나아간 줄 알았네

 

그런데 말이네

가을 들어 파주 계곡의 한낮 절간에 갔더니

대웅전에 말이네

그때 그 방석들이 곱절은 품을 키워서 쌓여 있는 게 아닌가

이름만 바꿔서 그걸 좌복이라 하더군

좌정한 부처와 보살들은

그때 그 마담과 과부들이 개과천선한 듯

저 수미단須彌壇에 앉아 그때 그 육덕 좋던 미소를 던지는 게 아닌가

이미 범접할 수 없는 자리에 오르셨기에

어느 슬픔이 몸에 박힌 여인은

연신 방석 위에서 절을 퍼올리고 있었네

 

니나노 가락과 염불소리가 갈마드는

그때 그 음담패설과 담배연기 자욱한 술집은

풍경소리 맑게 번지는 이 대웅전으로

뭔가 훌쩍 건너뛴 게 많은 방석집이네

허리가 끊어지도록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거리도록

절해고도의 손짓 같은 절을 하는 사람들

저마다 불립문자가 되어가는

좌복이 쌓여 있는 절간을 말이네

나는 다시 풍경소리 은은한 방석집이라 부르네

 

 

1968년 인천 출생
1996년《문예중앙》시부문 당선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시집『아껴 먹는 슬픔 』『교우록 』『사랑이라는 재촉들』『양철지붕을 사야 겠다』
시조집 『얼굴을 더듬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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