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 이근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41회 작성일 16-05-12 09:43본문
코미디
이근화
얼마나 많은 콩나물이 저녁의 식탁에 오를까
우리가 죽어가는 날까지 딱딱 이를 부딪치며
씹어야 할 것들이 자라고 매일 발걸음을 디딘다
우리가 본 것들은 순서대로 하나씩 사라지겠지
슬랩스틱에 대한 우리의 기호 때문일 거야
고춧가루를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망설였던가
한 사람이 쓰러지고 두 사람이 쓰러지고
폭소와 폭소 사이에 밥알이 흩어진다
구르고 짓이겨지고 들러붙는다
손끝에 화장지에 엉긴 웃음은 다 소화되지 않는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 미끄러져 영원히 죽고 싶다는 듯
한 사람이 쓰러지고 두 사람이 쓰러지고
콩나물은 길고 가늘고 노랗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억지로 입은 속옷이나 엉성하게 붙인 콧수염처럼 어색하고
어색해서 이제 곧 끊어지거나 떨어질 것들이 있다
꼭꼭 씹지 않아도 쉽게 넘어가는 것들이 있다
1976년 서울 출생 |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