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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의 계산법 /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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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564회 작성일 15-07-23 09:22

본문

동나무의 계산법

   

    마경덕


간만에 고물상이 환하다

마당가 늙은 오동나무 오월 한 벌 껴입었다

시세가 좋은 오월을 저울에 달아보면 근수가 제법 나간다

늙은 오동나무에게는 저 꽃이 전부여서

값이 지기 전 팔아볼 요량으로 가지마다 조랑조랑 물건을 내걸었다

헌옷가지를 싣고 온 노인이 손차양을 하고

눈물 괸 눈으로 오동나무를 올려다보면 가슴이 뛴다

고놈 참 곱네, 지나가는 한 마디에

하마터면 헐값으로 꽃을 떨이할 뻔 했다

한때 나도 저리 고왔지,

저 놈으로 관이나 짰으면 좋겠네

옻칠까지 해놓으면 그보다 더 좋은 집이 없제

주고받는 웃음에도 가슴이 서늘해져

그때마다 나이를 꼽아보지만 아득하고 흐릿하다

누군가의 마지막집, 어쩌면

고물상과 함께 늙은 저 노인을 따라 순장 당할 지도 모른다

짬짬이 노인의 병색을 살피는 오동나무

나무초리까지 오른 오월이 다시 발등으로 내려오면 금세 풀이 죽는다

일 년에 딱 한번 보랏빛 옷을 짓는 오월은

옷을 챙겨 휑하니 가버리는 것이다

고물상집 노인이 오래 앓은 해수를 깡통에 뱉어낼 때마다

조마조마한 오동나무

몸값도 한철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주인 몰래 하루에도 몇 번씩

빈 저울에 그늘을 올려놓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내년엔 기필코

동쪽으로 가지 하나 더 늘리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mgd.jpg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신발론』 『글러브 중독자』『사물의 입』​ 등

 

 

 

추천2

댓글목록

맛이깊으면멋님의 댓글

profile_image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절로 웃음 짓게 하는 고물상 집 오래된 오동나무의 해학

고물상, 고물 팔러 오신 노인, 해수 앓는 고물상 집 노인 그리고 늙은 오동나무.
모두가 고만고만하신 나이.
오월에만 연보라 꽃을 피우는 고물상 집 마당의 오동나무.
헌 옷 팔러 오신 노인네께서 오동나무로 관을 짠다는 말에 식겁하고,
고물상 집 주인 노인네의 해수병이 깊어질까 조마조마하다.
아무도 없을 때, 그늘로 빈 저울을 달아보고는 내년엔 가지 하나 더 뻗을 생각을 한다.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면서도 더 살고 싶은 게 사람의, 특히 노인네들 속 뜻이다.

20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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