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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우물 / 강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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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37회 작성일 16-05-24 14:38

본문

 

청동우물

 

강문숙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그의 아내가 지나간다.

댕기머리 아들이 천자문을 끼고 지나간다.

헛기침하며 교자 탄 나으리 지나가고

농사꾼 방울장수 유기전의 사내들이 떠들며 지나간다.

쪽진 머리의 그의 아낙들 젖통을 흔들며 지나간 뒤

소와 말, 돼지와 홰를 치던 닭들이, 쥐새끼들이 지나갔으리.

 

천체박물관 전시실 안,  앙부일구仰釜日晷*  청동의 육중한 원을

따라  하염없이  감겼다가  풀리는  소리들이 있다. 웅웅거리며, 무

수한 결을 따라 돌다가 전시실을 가득 채운다. 그 소리는 푸르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란  때로, 소리가  되어  떠돌기도 하는 것인

지, 저  깊은  시간의  우물  속을 들여다보노라니 머리끝이 쭈뼛해

진다. 사소한 기억까지도 담고 있는 청동우물.

 

손바닥을  대어보니,  사라진  것들이  속속  돌아와 울음 섞인 노

래를  풀어놓는다. 자꾸  슬픔  쪽으로 기울어지며, 무중력의 그 속

으로  빨려  들어가던 나는 문득, 어디서 왔는지 한 점 서러운 꽃잎

이 떨어지는 걸 본다.

 

비와  바람과  햇빛들이  일렁이는  심연에서, 이윽고 아득하고도

맑은 종소리 울려나온다.

어느 사원인들 저토록 깊을 수 있을까.
 

*앙부일구 ㅡ 저잣거리에 두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볼 수 있게 한, 세종 때 만든 해시계.

 


 


kangmoonsook-140-1.jpg

 

경북 안동 출생
1991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1993년 『작가세계』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잠그는 것들의 방향은?』 『탁자 위의 사막』
『따뜻한 종이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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