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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 이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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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82회 작성일 16-05-2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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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이병일

 


용머리 해안, 벼랑이 올라오는 난간에 서서
가까스로 크게 날숨을 내쉰다, 노을에 반짝거리는 것들아
절벽 늑골에 떨어져 죽은 갈까마귀들아

 

저 혼자 수평선을 지우고 오는 어스름 속에서
나는 금빛 모래와 길의 상처를 좋아하는 저녁이고
날벌레 간질간질 달라붙는 검은 털의 짐승이 아닌가

 

어깨 위 백골 문신의 고독이 번쩍번쩍 맑아질 무렵
이 폐허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줄무늬 뱀 때문이 아니다
벼랑을 집요하게 붙들고 이우는 저 노을 사이
내 목을 치는 파도의 검(劍)이 번쩍거리고 있는 까닭이다

 

머리통이 없는 나는 목 없는 자유를 얻었다 저기, 저
해변가로 핏물 퍼져가는 추상(醜相)이 보인다
부서져야 잘 보이는 것들 속에서
올올 풀리는 저녁이 나를 별자리로 뜯어 올린다

 

 


leebi.jpg

 

1981년 전북 진안 출생
2002년 병영문학상 가작 수상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시모임 '뒤란' 동인
2005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2007년 ≪문학수첩≫ 등단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
시집 『옆구리의 발견』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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