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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화술사 / 이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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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24회 작성일 16-06-03 09:30

본문

 

복화술사

 

 이장욱

 

1
서랍 속으로 사라진 것들이
어느 날 문득 서랍 속으로 들어오듯
어느 날 다시 돌아오는
오래전의 목소리.

 

2
가령 골목을 따라가다 다른 골목을 만나면
두리번거릴 수밖에
갑자기 나타난 곳에서
갑자기 살아가는 것들이 있다.

골목이 끝나면 펼쳐지는
오래된 신세계.

 

3
저곳인지도 모른다.
조금 낮은 지상이면 어디든 입을 벌리고 있는
다른 세계로의 통로,
가령 담 아래 수챗구멍들.
보이지 않는 개미 동굴들.
우리들의 벌린 입.

다른 세계로 사라진 것들이 자꾸 치밀어 오르는
밤과 호리병의 나라.

 

4
문득 공포 영화의 엑스트라처럼
나는 어쩔 수 없이 뒤를 돌아봐.
내 표정은 가능한 한
어떤 의미도 담지 않으려 하지만.

내가 걸어 들어온 곳을 숨죽여 바라보면
어느새 마른 나무들의 윤곽이 바뀌어 있고
담장 위 깨진 병 조각들 속으로
어제의 달빛은 재빨리 스며든다.

 

5
이제 다른 세계가 돌아오는 시각.
욕실 하수구로 빨려 들어간 머리카락들
흑백 사진 속으로 사라진 천연색
우이천 살얼음에 새겨진 물결
오 분 전의 구름

아무리 여행을 계속해도
둘러보면 다시 그곳인,
밤과 호리병의 나라.

 

6
나는 지구의 회전을 느낄 때가 있다.
세계는 무한한 골목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느 순간 너를 습격하는 상형 문자들.
너의 내부에서 드디어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날이 있다.
혹은 돌아오는 날.

 

 

 

1968년 서울 출생
고려대 노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내 잠 속의 모래산』『정오의 희망곡』『생년월일』
장편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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