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마가릿따* /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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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37회 작성일 16-06-07 09:26본문
와일드 마가릿따*
오세영
해발 4000미터가 넘는
고원 알띠쁠라노*, 아이마라*인들은
그 위에 다시 높은 피라미드를 쌓았다.
〈태양의 문門〉과 〈달의 문〉을 세웠다.
직접 하늘을 오르려 했던 것일까?
하늘이 가까워 보인다.
유리창보다 더 엷어 보인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낮은 평지에 피라미드를 짓고
지하의 바다를 항해해 천국을 가려 했는데
그들은 직접 하늘을 날고자 했던 것일까?
바람이 센 날,
콘돌처럼 아니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처럼
〈달의 문〉을 지나 〈태양의 문〉을 지나
허공을 훨훨 날려 했을까?
(아마 그랬을지 몰라,
어느 날 문득 그들이 홀연 종적 없이 사라진 것을 보면)
지상은 어디나 삶과 죽음이 지배하는 땅,
오늘은 유달리 바람이 세다.
하늘이 온통 우윳빛이다.
콘돌 한 마리가 유유히 날고 있다.
지금은 폐허가 된 띠와나꾸*
신상神像 빠챠 마마*가 서 있던 유적엔
유달리 민들레꽃들이 많다.
별칭으로는 또
앉은뱅이 꽃이라 불리는.
* 와일드 마가릿따: 중남미의 민들레.
* 알띠쁠라노: 페루 남동부에서 볼리비아 서남부에 위치한 해발 3000미터 이상의 안데스 중부 고원지대.
* 아이마라: 띠와나꾸 문명을 일군 지금의 페루 볼리비아 지역에 살던 인디오 부족.
* 띠와나꾸: 기원전 600년경부터 기원후 1200년경까지 볼리비아, 페루 일대에서 아이마라인들이 일군
고대 중남미 문명. 후대 잉카문명의 초석이 되었다. 유적은 볼리비아 수도 라빠즈 서쪽 70km 지점에 있다.
* 빠챠 마마: 띠와나꾸 유적 중 깔라사시야 신전에 서 있던 높이 7.3m, 무게 20톤의 거대한 석상.
어머니 신을 상징한다. 지금은 근처 띠와나꾸 박물관 경내에 안치되어 있다.
1942년 전남 영광 출생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1965년 ~1968년 《현대문학》에 작품이 추천되어 등단
시집 『반란하는 빛』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모순의 흙』 『무명연시』 『불타는 물』
『사랑의 저쪽』 『신의 하늘에도 어둠은 있다』 『꽃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어리석은 헤겔』 『벼랑의 꿈』 『적멸의 불빛』 『시간의 쪽배』
평론집 『한국낭만주의 시 연구』 『20세기 한국시 연구』 『한국현대시의 해방』
『상상력과 논리』 『문학연구방법론』
산문집 『꽃잎우표』와 시론집 『시의 길 시인의 길』 등
한국시인협회상(1983), 녹원문학상(평론부문, 1984), 소월시문학상(1986),
정지용문학상(1992), 편운문학상(평론부문, 1992), 공초문학상(1999), 만해시문학상(2000)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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