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시술 / 정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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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74회 작성일 16-06-07 09:30본문
안마시술
정익진
널 주물러 어떤 모양을 만들어줄까
행복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 아니면
안개가 잘 스며드는 인간형으로 만들어줄까
여기 물병자리 거기는 처녀자리 또는 황소자리
뒤죽박죽 정리가 되어있지 않군
자꾸 주무르다 보면 운명이 뒤바뀌겠지
우선 분노를 눌러 분산시키고
돌아누워 봐, 욕망을 엑스 자로 묶어줄게
악몽은 이렇게 차곡차곡 접어 넣고,
그렇지, 이 정도가 딱 보기 좋아
이별하고 난 뒤의 통증은 어디서부터인가
여기, 아니면 여기야? 그래 거기, 아아아, 거기 말고
조금만 더 밑으로, 아니 조금 더 옆으로,
그래 거기야, 조금만 더 세게 아아, 이제야 슬퍼지는군
특히, 그쪽이 더 아파, 무엇이 나를 그렇게 얽어매는지
잘 풀리지 않아
이쪽으로 또 괴로움들이 뭉쳐 모여 있네, 힘들었겠네
카라카스, 이스탄불, 부에노스아이레스… 좀 어때?
고마워, 의견이 분분했는데 정확한 지적이었어
아, 뭉쳤던 근육에서 구름이 슬슬 풀려나오네
내 몸속 깊숙이 갇혀있던 고통이 창문 밖으로 빠져나가
저렇게 하늘을 향해 둥둥 떠가네
나의 불행이 저렇게나 가벼웠다니
슬픔이여 안녕, 안녕
부산 출생
1997년 계간《시와 사상》등단
시집으로 『구멍의 크기』『윗몸일으키기』『스캣』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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