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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발작 / 강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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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66회 작성일 16-06-08 09:42

본문

풍경의 발작

 

 

  강인한

 

 

혼잣말로 가시를 발라 낸 물길이

상리를 지나

중시암을 거쳐

한 무더기 안개를 피워 올린다.

 

각시다리 한가운데

벼랑처럼 우뚝 선 사내.

울부짖는 강아지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있다.

 

새어나오는 개의 비명

흙지렁이 같은 머리칼 사납게 흔들며

피범벅 이빨로 사내는 물어뜯는다.

옥수수 알갱이를 뜯어먹듯이.

 

—저게 개지랄이여.

다리 밑 돌멩이에 걸린 걸레 쪼가리처럼

멀찍이 둘러선 사람들

혹은 시궁의 핏빛 돌이끼처럼

놀란 발걸음 주춤, 주춤거리고.

 

소동에서 먼

읍사무소 화단

붉은 칸나가 꽃대를 간신히 밀어올린다.

 

 

 1944년 전북 정읍 출생

전북대학교 국문과 졸업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이상기후』 『불꽃』 『전라도 시인

우리나라 날씨』 『칼레의 시민들』 『황홀한 물살

푸른 심연』 『입술』 『강변북로,

시선집 어린 신에게, 시비평집 시를 찾는 그대에게

1982년 전남문학상, 2010년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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