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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 김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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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89회 작성일 16-06-16 10:48

본문

나팔꽃

 

  김선근

 

 

 

일진을 점친다

 

새우 잡이 배를 띄워야 할지 담장 휘감은 날씨바라기를 본다

 

고구마 꽃 피면 가뭄 들고 맨드라미 노란 물들면 홍수가 난다 했다

여덟 가지 비밀을 가진 팔색조

주술사처럼 자줏빛이나 붉은 직관을 물들인다

 

바람의 속도를 잰다는 나팔꽃

 

무논을 평정하던 개구리 장마를 예고하고 월명산 까마귀 먹구름 움켜쥔 날

 

그 꽃 귀먹고 눈물 흘린다

 

그날 뱃전을 짐승처럼 할퀴던 폭풍은 열두 명 사내를 삼켰다

파도가 삼단 같은 머리 풀어 젖히면 바다 붉은 심장으로 들어가라던

아버지 말씀 귓전을 때린다

 

한 날 한시 제삿날이 된 하제 포구 굴뚝엔 매운 연기 하늘로 오른다

무딘 칼로 허무의 비늘을 벗겨내는 우물가 늙은 아낙들

사람이 심오한 자연의 이치를 어찌 알까, 눈물인지 빗물인지 슬픔을

내보이듯 제를 올리기 위한 생선의 내장을 모조리 들어내고 있다

 

총총한 별빛 풀꽃 향기 뜨는 포구

스러져가는 토담엔 나팔꽃이 삼십년 째, 홀로

바람의 공명을 탐지 한다

 

 

 

1957년 전북 군산 출생
2006년《문학공간》등단
시마을운영위원회 제1기 회장

시마을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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