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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고양이 / 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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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31회 작성일 16-06-24 09:55

본문

 

기타 고양이


  길상호

 

 

길 잃은 아기 고양이는

기타 속에 들어가 몸을 눕혔다


끊어진 바람을 묶어 새벽이

다시 골목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현악기 속의 관악기가 야아옹

울음 밖의 음악이 야아옹


울림통이 깨진 기타와

눈만 살아서 두려운 고양이가 만나


서로의 악보 속 사라진 음표를

다시 그려 넣는 것인데,


늘어진 탯줄과 기타 줄을 엮어

이어가는 연주를 듣다가


음계를 잃어버린 골목의 계단도

조금씩 술렁이기 시작했다

 


 

kilsh.jpg

 

1973년 충남 논산 출생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오동나무안에 잠들다』『모르는척』『눈의 심장을 받았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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