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러붙는 말 /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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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13회 작성일 16-06-29 09:45본문
들러붙는 말
박지영
그녀가 있잖아 하면 귀는 그냥 딸려간다 그녀는 말끝마다 있잖아 있잖아 하
면서 입술을 오물거리며 또 있잖아 한다 잠시 뜸들이고 다시 있잖아 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면 조급해진 내 귀가 더 커진다 사실 그녀의 있잖아가 별거
아닌 줄 알면서도 있잖아 하면 일방통행로로 들어가게 된다 있잖아란 말의 문
앞엔 커다란 황소가 버티고 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있잖아 비밀이야 하고 말
의 뿔을 들이민다 도저히 돌아나갈 수 없다 있잖아가 그렇게 힘 센 말인 줄, 그
렇게 달짝지근하고 근질근질한 말인 줄 몰랐다 사실 있잖아란 말은 자석처럼
귀에 착 들러붙는다
1956년 경북 의성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불어교육과 졸업
계명대학교 인문대학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1992년《심상》등단
시집『서랍 속의 여자』『귀갑문 유리컵』『검은 맛』사진시집『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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