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에 속다 / 최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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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86회 작성일 16-07-05 08:26본문
모란에 속다
최정신
귀농한 지인이 뚱딴지를 보내왔다
위아래 좌우 분간 없이
제 맘 내킨 대로 종주먹질이다
손질도 곱사므레 해야 수월하겠는데
써 준 마음이 간절해 어르고 달래 햇살을 바른다
마음의 변방에 먼지 풀석이는 건기에
모란에나 가야 덖어 준다는,
모란, 혼절할 듯한 이름 따라
때 이른 상상을 모락모락 피우며 모란을 헤맨다
눈 씻고 찾아도 비스므레한 모란은 없고
영문도 모른 채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철창 안
살 내줄 간택을 기다리는 순한 눈망울에서
살기 위한 살기[殺氣]만 읽는다
저 어진 눈매 어룽거려 찻물이 떫겠다
기어코 모란은 만나야겠다는 결기로 한 마장 돌아드니
재래란 포장 속 다국적 종 지천에 널리고
생살 좌판에 핏물만 진동해 헛구역을 참으며
다시는 모란에 속지 않으리라 궁시렁을 씹는다
이 미쁜 지명을 지은 옛사람도 격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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