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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에 도착한 후 / 심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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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17회 작성일 16-07-06 09:47

본문

 

사과에 도착한 후

 

심언주


내가 오른쪽 볼과 왼쪽 볼을 내어주지 않으면

사과는  부풀어오르지 않는다.

흥분이 극에 달해야만

나는 향기로워진다. 이제껏 구분되지 않던 색깔을 드러내며 비로소

둥글어진다


너는 노을이 아름답다지만

누가 칼날을 세우기라도 하면 내 핏줄들이 모두 숨어버린다.

모처럼의 흥분이 사그라질까봐 나는

칼끝에 집중한다.


사과는 사과를 유지하려 애쓴다.

둥근 사과는 이미 잘린 사과일지 모른다.

사과 후의 사과일지 모른다.


창 너머로 나란히 기차가 가고

덜컹덜컹 배경을 자르면서 가고


칼끝이 지나가면서 고요해지는 저녁이다.

나는 환부를 움켜쥐고 몸을 뒤튼다

칼이 지나간 줄도 모르면서

너는 노을이 아름답다 한다

 


 

simubjoo-4-wonho_w_wonho_w_wonho_w_wonho.jpg

 

충남 아산 출생
2004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
시집 『 4월아, 미안하다』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등
'시류'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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